엄경섭, Managing Director of MCTC
“명령 받은 것을 다 행한 후에 이르기를 우리는 무익한 종이라 우리가 하여야 할 일을 한 것뿐이라” (누가복음 17:10)
교인들은 선교사인 나를 특별하고 대단한 존재로 볼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나 자신이 그리 대단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잘 안다. 물론 누군가가 나에게 ‘당신은 대단한 존재가 아니다’고 말한다면 몹시나 기분이 상하여 그를 미워하겠지만, 그 말이 사실을 담고 있다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다. 선교사인 내게 일상적으로 주어지는 교회로부터의 존경과 환대가 항상 과분하다.
내가 세운 업적에 미련을 갖지 말자
나는 한때, 그리고 꽤 오랫동안 선교사로서 세운 업적에 도취하여 있었다. 나 자신이 잘나고 대단한 선교사인 줄로 꽤 오랫동안 착각하고 살았다. 이 자아도취는 에티오피아에서의 3번째 사역을 마무리함과 동시에 심각해지기 시작했다. 아프리카, 그것도 에티오피아의 원시 미전도 종족에서 막 나온 터라 선교사를 비롯한 모든 목회자가 우습게 보였다. ‘나와 같은 선교사가 있으면 한번 나와보라’는 외침을 겉으로 숨기려 해도 나의 말투나 행동 속에서 튀어나왔다. 지난날의 선교사로서의 삶과 사역에 대한 자부심이 넘치다 못해 교만함이 하늘을 치르고 있었다. 나 자신을 지구상의 최고의 선교사로 생각했으니 지금 생각해보면 가소롭기 짝이 없다.
선교는 하나님의 선교이다. 내가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하신다. 내가 없이도 하나님께서 하나님의 때에 하나님의 방법대로 하나님의 선교를 이루어 나가신다. 박넝쿨도 벌레도 동원하시는 하나님이시다. 요나가 없어도 하나님께서는 니느웨 백성을 회개시킬 수가 있으셨다. 물론 어떤 선교사가 다른 이와는 다르게 위대한 일을 이룰 수 있음을 부인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우리는 우리 자신을 볼 때 그렇게 자랑하려고 애쓰지 않으면 좋겠다. 선교사가 철이 들어 곰곰이 지난 세월을 생각해 보면 자신이 저질렀던 수많은 잘 못들이 생각날 것이다. 자신이 이룬 업적이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설사 선교사의 삶과 사역에 대단한 부분이 있었다 할지라도 단지 그는 하나님의 손에 사용되었을 뿐이다.
내가 대단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자
많은 선교사가 윌리엄 캐리(William Carey) 콤플렉스에 시달리고 있다. 자신이 위대한 선교의 세기를 연 윌리엄 캐리와 같은 선교사가 될 수 있다는 생각과 전혀 그렇지 못한 자신의 모습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다. 윌리엄 캐리는 아무나 되는 것이 아니기에, 윌리엄 캐리가 되고자 하는 욕망을 접는 것이 자신의 정신 건강에 유익할 것이다. 위대한 선교의 세기를 여는 것은 한 사람 윌리엄 캐리로 충분하다. 윌리엄 캐리를 비롯한 데이빗 리빙스톤(David Livingstone), 허드슨 테일러(Hudson Taylor), 에도아이럼 저드슨(Adoniram Judson) 등등의 위대한 선교사들은 아무나 되는 것이 아니고 하나님의 때에 하나님께서 내시는 것이다. 하나님이 내실 때도, 그 선교사는 당신이 아님이 거의 분명하다. 자신이 그렇게 대단하거나 대단할 거라는 생각을 버려라.
세계적인 기독교가 된 것은 무명의 선교사들 덕분이다
폴 피어슨(Paul Pierson)은 기독교 선교 운동은 종종 교회의 중심이 아닌 변두리에서 시작한다고 믿는다(Paul Pierson 2009: 16-20). 바울과 바나바와 같은 사도들과 선지자들 외에도 평범한 그리스도인들이 삶의 터전에서 진정한 선교적인 삶을 살며 복음을 전하였다. 그들은 가족 관계와 개인 관계를 통해 복음을 전하였다. 250년경에 로마에 약 30,000명의 기독교인이 있었다. 313년경에는 5천만 로마 제국의 인구 중에 10% 즉 5백만이 기독인이었다고 추산한다. 로마를 넘어 복음이 전파되었는데, 오늘날의 터키, 그리스, 영국, 프랑스, 이집트와 아프리카 북부 해변 지역들에 복음이 전파되었다. 복음이 시골에는 미치지 못하였지만, 로마 제국 대부분 지역에 이른 동시에 메소포타미아와 인도에까지 이르렀다(Bevans 2011). 이 이름없는 선교사들을 통해 기독교는 팔레스타인 지역을 벗어나 점진적으로 세계적인 종교가 된 것이다.
우리는 우리 자신이 그렇게 대단한 인물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바울이나 윌리암 캐리처럼 대단하거나 유명하지 않아도 충분히 의미 있을 수가 있음을 믿는다. 선교 역사에 스쳐 간 셀 수 없는 수많은 이름 없는 선교사들의 삶이 고귀하며 그들의 수고와 희생으로 기독교가 세계적인 기독교로 도약하게 되었다. 아무것도 아닌 자신을 사랑하라. 하나님께서는 아무것도 아닌 나를 선교의 파트너로 부르셨다. 선교는 본래 힘이 아닌 연약함으로 이루어지는 것이기에, 아무것도 아닌 연약한 내가 오히려 하나님의 선교에 적합한 것이다.
참고 문헌
Bevans, Stephan B and Roger P. Schroeder. 2011. Prophetic Dialogue. Maryknoll: Orbis
Paul Pierson. 2009. The Dynamics of Christian Mission: History through a Missiological Perspective (선교학적 관범에서 본 기독교 선교운동사), 임윤택 옮김, 서울: CL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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